“군대 안 갑니다” 한마디가 끌어낸 논쟁…체육 병역특례, 어디로 가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4연패를 달성한 남자 축구대표팀이 받아야 할 박수 대신 매서운 비판의 한가운데 섰다. 금메달 직후 일부 선수들의 ‘군 면제’ 관련 언행이 논란이 되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 자체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금메달 뒤 터져 나온 말과 사진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월 3일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선수단 23명 가운데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이영준, 이승원, 김준홍을 뚜 나머지 20명이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됐다.
문제는 그 직후였다. 주장 이기혁은 방송 인터뷰에서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말을 꺼냈고, 양민혁은 시상식 뒤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만 보고 뛰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온라인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군복무 중인 또래 장병들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모두가 같은 태도였던 것은 아니다. 엄지성은 병역 문제보다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모였고, 앞으로의 미래는 스스로에게 달렸다며 다른 결의 소감을 내놓았다. 대표팀은 4일 귀국길에 주장을 통해 사과했고,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국가대표로서의 소양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 “굉장히 유감”…제도 감축·폐지 공식화
여론은 사과로 가라앉지 않았다. 국방부는 6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스포츠계의 언행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국민적 공감대를 종합해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의 감축과 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담겠다고 밝혔다. 병무청도 지난 8월 보충역 제도의 단계적 감축과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낸 바 있다. 저출생으로 징집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기존의 개편 논의에 속도를 붙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번 선수들의 면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병력이 절벽에 이른 만큼 예술·체육 분야를 모두 포함해 특례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전자청원 사이트에는 예체능인 병역특례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면제’가 아니라 ‘보충역 복무’
흔히 ‘군 면제’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는 병역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체육요원 편입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편입된 선수는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자기 분야에서 활동하며,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워야 한다. 1973년 국위선양을 내걸고 도입된 뒤 여러 차례 기준이 바뀌어 온 제도다.
쟁점: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형평성을 가장 앞에 둔다. 소수 종목과 소수 인원만 혜택을 누리는 구조인 데다, 한국의 국가 위상이 높아진 지금 ‘국위선양’이라는 1970년대식 명분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린 대중예술인은 혜택에서 빠지는데 아시안게임 한 대회의 금메달이 편입 요건이 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선수 생활이 짧다는 특수성은 입대 연기나 보완된 대체복무로 풀면 된다는 대안도 함께 제시된다.
반대로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제도보다 일부 선수의 태도에 있다고 본다. 운동선수의 전성기는 20대 중반에서 후반에 몰려 있고, 특히 유럽에서 뛰는 선수에게 18개월 안팎의 경력 단절은 사실상 선수 생명과 직결된다. 병역 혜택이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가능하게 해 왔고, 그 성과가 다시 대표팀과 리그 전체의 경쟁력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선수 몇명의 언행을 이유로 제도를 당장 없애기보다는, 봉사활동 검증을 강화하거나 편입 기준을 다듬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남은 과제
분명한 것은 이번 논란이 우승의 가치를 스스로 깎어내렸다는 점이다. 병역 특례는 국민이 대표팀에게 건네는 일종의 신뢰이고, 그 신뢰는 감사를 아는 태도 위에서만 유지된다. 제도가 남든 사라지든, 이제 공은 국방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향후 국정감사와 국방개혁 논의 과정에서 체육요원 제도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축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사커